그리운 그 골목길

작성자: 은혜님    작성일시: 작성일2018-03-21 16:24:19    조회: 112회    댓글: 0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앞이가 빠진 어린 소녀가 새끼 코알라처럼 할머니의 등에 업혀 할머니가 부르는 민요를 들으며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깊은 밤이였지만 가로등이 있어 대낮처럼 환했다. 할머니는 꼬맹이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어휴, 우리 지연이 정말 기특하네..."라고 말씀하신다.

  "키드득 키드득..."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그 애는 앞이가 빠졌지만 한점의 쑥쓰러움도 없이 입이 귀가에 걸릴 정도로 좋아서 어쩔줄 몰라한다.

  "할머니 힘드시지 않아요?"

  "어휴, 힘들긴. 우리 강아지 지연이랑 함께여서 힘만 쑥쑥 솟구먼…"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잘 리해가 가지 않았던 말씀이였지만 이를데없는 흥분에 들떠 저절로 백만불짜리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할머니의 좁은 등에 업힌 그앤 평온하고 따뜻함을 느껴서인지 온세상의 행복을 독차지한듯해 한다.

  (우리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호호호…)

  이러던 나였지만 언제부턴가 할머니를 좀 멀리 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을 경계하고 싫증이 나하는 10대. 나는 화내고 떼를 쓰면서 리기적으로 크느라 할머니 머리에 하얗게 내린 서리를, 얼굴에 푹 패인 세월의 흔적을 전혀 중시하지 못하였다. 나와 할머니 사이에도 점차 '세대차이'라는 보이지 않는 두터운 벽이 생기며 할머니와 나는 더는 그 골목길을 걸으며 그 노래를 불러본적이 없었다.

  삶과 죽음, 언젠가 깊은 바다속에 파묻힐 배처럼 운명은 결코 피해갈수 없는것이였다. 무정한 하느님은 곡식도 채 여물기전에 할머니를 너무 일찍이 데려가셨다. 이렇게 나와 할머니 사이의 이야기도 여기서 해피엔딩이 아닌 아픔의 리별속에서 막을 내려야만 했다.

  지금 나는 홀로 그 골목길을 걷고있다. 들릴듯말듯한 가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그때 할머니께서 부르시던 그 노래를 불러보았다. 여전히 그 오불꼬불한 골목길이였고 여전히 그 가로등, 여전히 그 노래였다. 그런데 기쁨이란 전혀 없고 슬픔만 더해주었다. 다만 그때 그 어린 꼬맹이는 어언간 소녀로 성장하였고 그에게 노래를 불러주시던 할머니께서는 하얀 날개옷을 입고서 저 머나먼 하늘로, 아픔과 슬픔이 없는 나라로 가셨다.

  (할머니께서는 거기서 잘 계실가? 아직도 이 손녀를 위해…)

  머리엔 온통 할머니 생각 뿐이였다. 왠지 그 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하기만 하였다. 나에게는 더 이상 그 시절 다녀왔던 골목길이 아닌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있을때 잘해…"라는 가사의 뜻을 깊이 헤아릴수가 있었다.

  이젠 정말 안녕이라는 받아들이기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아픔, 비록 좀 철이 들기는 했지만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다. 갑작스러운 리별에 차마 할머니께 전하지 못했던 수많은 말들, 해드리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의 아쉬움에 눈물이 내 볼을 적신다. 정말 할머니를 내 등에 업고 내가 그 노래를 부르며 그 골목길을 걷고싶었지만 이젠 허황한 꿈에 불과하다.

  시간은 류수 같아 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무려 10개월이 되였다. 요즘 따라 날씨가 더욱 쌀쌀하다. 거리엔 행인들도 적다.밤은 깊어지면서 별은 더 반짝였다. 실체를 알수 없는 쓸쓸한 마음, 그럼에도 할머니 등의 그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래오래 되돌리고 싶은 그리움의 향기가 밀려온다...

  아, 새봄을 알리는 3월, 3.8명절을 앞둔 나는 부모님이 옆에 계시지 않기에 엄마처럼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던 할머니가 더없이 그리워난다. 할머니에게 명절인사도 올리며 효도도 하고싶다.

  /곽지연

  해림시조선족중학교 9학년 1반

  지도교원 백정순

출처:http://hljxinwen.dbw.cn/system/2018/03/20/001261174.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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