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엄마가 싫다

작성자: 은혜님    작성일시: 작성일2018-03-07 12:19:19    조회: 130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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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가 11시 반을 가리켰다.


  음력 초엿새 날, 오래만에 친구들과 만남을 가진 어머니가 술을 하고 들어 오셨다. 술 한잔에 기분이 들뜬듯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늦은 밤 이 시간에 노래방에 가자고 하신다. 5일 뒤면 아들인 내가 개학을 해 천진으로 갈텐데 방학동안 가족끼리 보낸 시간이 없다는 리유로 노래방을 가자고 조른다. 나는 견결히 반대했다. 술에 취한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추해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를 모르는 듯 노래방 가자며 계속 소란을 피우신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식당일을 하며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버지, 삼촌 그리고 나의 생활비를 부담하신다.

  나는 어머니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돈을 벌어 우리에게 보내는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아마 돈 벌기가 아주 쉬운가 본다.

  우리 모두 노래방에 가는 것을 반대하자 어머니는 하는수없다는듯 내 침대에 벌렁 누우시더니 휴대폰으로 내가 예전에 자주 불렀던 노래를 찾아 부르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탓에 어머니는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었다. 하지만 잘 불러 보려고 느릿느릿, 천천히 노력하며 한 소절 한 소절 부르셨다.

  어머니는 노래를 잘하는 편이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유전이라고 하던데 아마 맞는 말인가 부다. 아버지도 노래를 잘하는 편이시니 난 아마 부모님의 유전을 물려 받은게 분명하다. 어머니는 계속 그 곡을 부르고 있었다. 원곡에 비해 절주가 몇초씩 느리긴 했지만 끝까지 불렀다.

  어머니의 노래가 끝나고 고요함이 찾아 왔을 때 나는 비로소 한참전부터 나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노래가 끝났지만 난 아무 말을 못했다. 코가 막혀 숨을 쉬는게 힘들었고 목이 메여 말을 할수 없었다. 나는 입을 살짝 벌려서야 숨을 쉴수 있었다.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지만 북 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은 물꼬 터진논물처럼 흘러내렸다. 어머니가 발견할가봐 눈물도 못 훔쳤다. 눈물은 그대로 흘러내려 코끝에 맺혔다. 간지러웠다.

  나는 어머니가 술을 마시는 걸 싫어한다. 어머니도 이를 잘 알고 계시기에 술을 자제하신다. 그래서 어머니가 술을 마신 회수는 다섯 손가락으로도 셀수 있다.

  솔직히 나는 술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나도 술 한잔에 기분 좋아 친구들과 노래방을 찾곤한다. 내가 싫어하는 건 다만 술취한 어머니인 같다.

  나는 나와 의견, 가치관이 다른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도 교류할 수 있고, 후안무치한 사람, 무례한 사람과도 어울릴 수 있지만 왜 이토록 평범한 그녀가 술을 마시는 건 받아들이지 못하는걸가?

  글을 쓰노라니 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머니가 부른 곡은 '대어(大鱼)'라는 노래이다. 어머니는 이 노래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서 퇴근 후 늦은밤까지 련습을 했다고 하신다. 밤 늦게 노래련습을 하셨다니 이웃들에게 적잖은 피해를 줬을 것 같다. 하지만 그토록 열심히 련습하셨다지만 술에 취해 부르는 노래는 박자도 틀리고 듣는 이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왜 이 형편없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나는 걸가?

  '대어'의 전주곡은 지루할 정도로 길다. 그러나 하필 나는 그토록 조용하고 장황한 '대어'의 전주곡에 흠뻑 빠졌다. '대어'의 전주곡을 듣노라면 눈 앞에 너무나 많은 화면이 떠오른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이 노래를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머니는 바보인가 싶다. 노래가 끝나자 어머니는 놀랍게도 주방으로 설겆이 하러 가신다. 술에 취했지만 이 순간에도 설겆이가 자신의 숙명인듯 생각을 하셨던 것이다.

  설겆이를 끝낸 어머니는 또 세수하러 들어 가셨다. 술에 취하면 옷을 입은채 침대에 몸을 던지고 쿨쿨 잠을 자는 나에게는 무척 신기한 일이다. 어머니는 깨끗한걸 좋아하신다. 어머니는 중국에 돌아오자마자 대청소를 시작했다. 사실 우리는 현재의 집에서 며칠만 더 살고 새 집으로 이사를 가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청소를 멈추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정말 바보이신가 보다.

  세수를 하고나서 어머니는 또 휴대폰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벨소리가 들리지 않자 어머니는 당황해 하신다. 새로 구입한 휴대폰인덴 비싸게 산 것이라며 어쩔줄 몰라한다. 아침에 꼭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머니를 위로했지만 어머니는 오늘 저녁 외출을 했기때문에 밖에서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며 더욱 안절부절하신다. 방금 아들 침대에서 휴대폰을 들고 노래를 부르시지 않았었냐고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그제서야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셨다.

  집안에서 잃어버렸던 휴대폰을 주방에서 찾아 쥔 어머니는 보물이라도 얻은듯 기뻐하셨다. 행복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왜 그리도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돌아 온 며칠 뒤, 어머니는 나에게 두달전부터 귀에서 이명증상이 있다고 했다. 귀에 문제가 생긴게 분명했다. 나는 어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잘못하다간 청력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말뿐이였고 더 이상 어머니의 이명증상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아니, 아예 잊고 있었다.

  취중진담이라고 오늘 어머니는 정말 취하셨나부다. 어머니는 자신의 이명증상을 걱정하며 청력을 잃는게 무섭다고 하셨다. 귀가 멀면 한국에 가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나가지 못하면 돈을 벌수 없기때문이라고 하셨다.

  난 왜 이리 중요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가?

  커피숍에 나갔다하면 한번에 백원도 눈깜짝 않고 써버리며 하루종일 하는 것 없이 시간을 보내는 가하면 공부를 한답시고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음악을 듣고, 잠을 자고, 게임을 할 시간은 있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갈 시간은 없었다. 아니, 아예 어머니의 이명을 나는 너무 하찮게 여겼던 것이다. 내 자신이 너무 역겨워난다.

  이 순간 술에 취한 어머니가 너무 싫다. 어머니의 취중진담은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낯이 두꺼운 내 자신을 발견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남개대학 입학통지서가 도착하던 날, 어머니의 얼굴에 가득한 그 웃음을 보며 나는 아들의 도리를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장의 입학서로 18년 동안 나를 위해 일터에서 먹은 욕설, 받은 무시와 고생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들께서도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셨기에 나는 이제 어머니에게 진 빚이 청산되였다고 생각하며 어머니를 향한 미안한 마음에 두껑을 닫았다.

  나는 내가 이미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에 와서 많은 친구를 사귀였고 관계망도 잘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고 유치했는지를 느끼게 되였다.

  대학생이고 성년이라지만 난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기는 커냥 오히려 더욱 많은 부담을 주고 있었다. 자신의 생활비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동학들보다 더 돈을 쓰고, 게다가 잦은 외식을 하는 자신이 동학들보다 잘나서라고 생각했다. 생각할 수록 부끄럽고 머리가 숙여진다.

  아니, 지금부터라도 이러지 말자, 래일 당장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는 것이 내가 해야 할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인 같다.

  아직 자립할 수 없는 나는 어머니의 뒤바라지가 필요하다. 나는 아직 돈 버는 어머니가 필요하다. 귀가 멀면 어머니는 돈을 벌 수 없으니까...

  못난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하는 술 취한 어머니가 싫다.

  /김학봉

  남개대학 주은래정부관리학원 정치학부 2017급 장춘시 제1조선족중학교 졸업

출처:https://hljxinwen.dbw.cn/system/2018/03/05/001258187.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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