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랑 받기 위해 태여난 사람이야"

작성자: 은혜님    작성일시: 작성일2018-03-07 11:53:50    조회: 98회    댓글: 0

내가 교단에 올라 애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한 시간이 어언간 30년이 훌쩍 지났다. 천진란만한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명랑한 웃음소리에 내마음의 동심을 오래도록 유지할수 있었고 애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려주고 그 작은 손으로 더운물 한고뿌를 부어주는 그 사랑에 순간순간 너무나 많은 행복을 얻었 다. 가르침을 잘 따르지 않는 개구쟁이들때문에 속을 바질바질 태울 때도 있었고 사랑에 목마르고 외로워 버둥대는 애들때문에 같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을 흘렸었다.

  내가 학급담임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것은 바로 사랑이 부족하거나 사랑을 받지 못해 여린 마음이 구겨져 휘청대고 맑은 눈빛을 잃어가는 아픔을 보면서도 큰 힘이 되여주지 못하는 그 자체였다.

  "응아응아" 고고성을 울리며 이 세상에 태여난 그 순간부터 고독은 그림자처럼 사람을 따라다니는 지꿎은 친구이다. 두주먹을 움켜쥐고 귀청을 찢는듯한 울음소리를 터뜨리는것이 아마 엄마의 따뜻한 자궁, 엄마의 품을 떠나는 고독에 대한 처음으로 되는 애절한 호소일 것이다. 외국의 한 학자는 말한다. "고독이란 다 자란 령혼의 보모이다." 홀로의 외로움으로서의 고독은 확실히 령혼의 보모이기도 하며 일생의 친구이기도 하다.그러나 사랑을 먹고 자라야 하는 애숭이들이 이런 인생의 도리를 알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이다.

  지금은 중학생이 되여 중학교로 갔지만 아직도 늘 강가에 나간 자식처럼 내 마음 조이는 아이가 있다. 나는 5학년, 6학년 2년간 영수의 학급담임이였다. 그 2년간은 정말 바람 자는 날이 별로 없었던것 같다. 40명 애들중에서 제일 먼저 영수를 기억하게 된데는 사연이 있었다. 개학 이튿날 사이체조시간에 나갔는데 맨 뒤에 선 남자애의 짧은바지 엉뎅이 홈솔기가 타져서 안에 입은 흰 팬티가 다 보였다.그래서 슬그머니 그 애를 교무실에 데려다가 짧은바지를 벗겨 꿰매주었다.그 짧은바지는 어지럽고 많이 낡았었다.

  "영수는 다른 바지가 없어요?"

  "아니, 전 바지가 많아요."

  "그런데 왜 타진 바지를 입고 왔어요?"

  "보지 못했어요."

  더부룩한 머리며 말하면서 수줍게 웃는 얼굴이 저으기 어리꿎어 보였다.호수같이 맑아야 할 눈동자는 휘뿌옇게 그늘이 져있었다.

  이름을 알고 보니 영수는 제 친엄마가 누군지도 모르고 사돈 할머니밑에서 커가는 불쌍한 애인데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이틀이 멀다하게 숙제를 하지 않고 마음에 병이들어 애들한테 따돌림을 당하는 제일 속썩이는 애라던 전 담임선생님의 설명이 떠올랐다.

  영수는 총명한 아이였다.수학 수업시간에도 물음에 선두로 대답했고 사고문제도 척척 풀어냈다. 그럴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가정에 가서는 아예 숙제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학성적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조선어문, 한어성적은 락제점수를 오락가락했다. 내가 맡아서 사흩날부터 숙제를 걷고나서는 조장들이 와서 "영수 일기를 쓰지 않았습니다." "영수 수학숙제를 집에 두고 왔답니다." "영수 한어숙제를 두줄밖에 안썼습니다.…"라는 회보가 들어왔다. 따끔하게 비평도 하고 차근차근 일깨워 주기 하도 사돈할머니께 부탁도 했지만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는 반복되는 나쁜 습성이였다.

  나중에는 방과후이면 퇴근전까지 남겨서 숙제를 시켜서 집에 보냈다. 때론 채 하지 못한 숙제를 집에 가서 꼭 해오라고 부탁해도 한글자도 쓰지 않고 그대로 오는 때가 많았다.

  나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고 끝내는 폭발하고야 말았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손톱끝만치도 리해못하고 내 기대에 너무 어긋나는 영수가 정말 미웠다.

  나는 영수를 교무실에 불러다가 나보다 더 큰 영수의 멱살을 쥐여휘두르며 한바탕 퍼부었다.

  "야, 이자식아, 벼룩이한테도 낯짝이 있단다. 선생님이 너를 그만큼 아끼고 관심해주면 조금이라도 따라주면서 보답하는척이라도 해야 잖니? 량심이라고는 티글만치도 찾아볼수 없는 나쁜 자식! 이젠 선생님이 널 포기하길 바라니?..."악이 받쳐 고함을 지르면서 내 눈에는 어느새 억울함이 눈물로 차올랐다.

  "절 그냥 내 버려두세요.흑흑… 제 엄마도 절 버렸는데 …"

  영수도 엉엉 울어버렸다 .

  우는 영수를 보니 내 마음도 짜릿하게 아파났다. 영수에 대한 동정심과 내 설음이 뒤섞인 눈물이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나는 우는 영수를 엄마처럼 꼭 그러안아주면서 등을 다독여 주었다…

  원래는 영수도 제 친엄마가 의모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는걸 알고 있다는것을 나는 그제야 알았다.

  "영수는 언제부터 알았니?"

  "아마 2학년때 일겁니다."

  "작은 풀 한포기도 이 세상에 태여난 리유가 다 있단다. 아무런 리유없이 태여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단다.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여난 사람이야.수선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거라. 네가 당당해져야 더 많은 사랑을 받을수 있단다…." 이런 말이 영수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될지는 몰라도 쥐구멍에 든 빛이라도 되여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였다.

  '엄마'도 한국에 가게 되였는데 우연히 '아빠 한테 영수를 부탁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자신의 친엄마는 바로 한국에 시집간 '이모'라는 진실을 확신하게 되였다고 하였다. 영수의 친아빠는 리혼한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고 엄마는 영수가 5살되던 해에 한국총각한테 처녀로 시집을 가서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고 한다.그래서 이모와 이모부를 아빠, 엄마로 부르면서 살아왔던것이다.

  그 여린 마음으로는 그렇게 엄청난 아픔을 안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벅차 마음이 찢어지고 망가져서 휘청대는 영수였다. 늘 버림받았다는 기막힌 사실이 자신을 개미처럼 작아지게 했고 행복한 애들이 질투가 나고 눈에 거슬려서 거북한 말, 듣기 싫은 말만 골라하는 영수였다. 그의 마음엔 어느새 병이 들어 괴벽한 성미가 형성되였던 것이다. 그 마음의 병이 영수를 미운새끼오리로 만들었다. 개학해서 한짝이 된 녀자애한테서 늘 불만이 올라왔고 학급애들은 누구도 영수와 놀지 않았다.

  영수는 친구가 없었다. 휴식시간이면 늘 혼자서 놀거나 껑충하게 특별히 큰 영수가2,3학년 아이들과 뛰여다니며 노는걸 볼때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일부러 영수를 심부름을 보내고 학급애들과 영수와 멀어진 이유를 알아보고 영수돕기 작전을 벌렸다. 따돌림을 당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하였고 어려서 부터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해 생긴 마음의 병이기에 학급친구들이 많이 량해하고 영수의 그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자고 부탁했더니 영수와 학급애들의 모순이 수그러들었고 활동시간에 애들이 함께 노는 모습도 보여졌었다.

  그리고 착한 녀자애들은 예쁜 학용품이랑 사서 영수한테 주면서 영수에게 관심과 동학의 우정을 느끼게 하였다. 영수한테도 많은 변화가 보였다. 학급의 광천수가 없으면 늘 물통을 날라다가 꽂아놓았고 얼음장을 쓸때마다 첫사람으로 나와서 쓸었다. 그러나 몸에 난 병은 고치기 쉽지만 마음에 난 병은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영수는 좋은 말보다는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약을 올리는 말을 하는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았다. 졸업을 앞두고 교정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영수가 나선 그 옆에는 끝내 아무도 없었다… 내가 채 완성못한 숙제에 스스로 부끄럼을 느꼈다. 그래서 더더욱 영수가 마음에 걸리는가부다.

  이젠 애들의 눈빛을 보면 사랑이 넘치는 애인지 사랑에 목마른 애인지 판단할수 있다. 학급에는 눈빛이 흐려진 애들이 너무 많다. 우리 학교의 금년 통계를 보면 결손가정 자녀가 73%를 차지했다. 사랑을 떠난 교육은 있을수 없고 더더욱 사랑을 먹고사는 우리 아이들은 사랑을 절박히 수요로 한다.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 민족의 앞날이 우려된다. 너희들은 사랑을 받기 태여난 아이들인데 왜서 사랑에 목 말라 뼈저린 외로움에 울며불며 허둥대야만 하는지 너무 안타깝다. 나는 너희들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 태여난 사람이리라. 내 사랑이 가물에 단비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정몽주의 시조 '단심가'가 떠올라 이로써 글의 마무리를 대체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한경애

출처:https://hljxinwen.dbw.cn/system/2018/03/05/001258197.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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