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저 꽃길 끝까지

작성자: 은혜님    작성일시: 작성일2018-08-29 18:23:28    조회: 75회    댓글: 0

(흑룡강신문=하얼빈) "와! 저기 노란 개나리꽃 피였잖아!"

  일요일 힐링차 교외로 나가는 차에 앉은 나는 봄해살 머금은 노랑꽃들을 보며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얼른 차 세워요! 꽃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요!"

  "당신은 꽃이라면 환장이야 환장, 꽃이 그렇게 이뻐거요? 참!"

  "꽃이 안 이쁘면 세상에 이쁜게 뭐가 있어요!"

  꽃들과 키스할 정도로 가깝게 비비고 포즈를 취했다.

  꽃을 이뻐하고 좋아하는 이가 세상에 어디 나뿐일까! 그것도 이뻐서 다 좋아하게 되는것은 아니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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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였나니..." 도종환은 꽃이 숨기고 있던 아픔을 남몰래 알려주기도 하였으며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였다." 며 꽃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갖고 싶어했다.

  꽃은 모두 피여나는 때가 있다. 벚꽃은 바람에 피고 할미꽃은 흔들리며 피며 진달래꽃은 비속에서 피여난다. 일찍 피였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꽃은 없다. 늦게 피였다고 못난꽃은 아니다. 사계절마다 순서를 지키며 꽃들은 모두가 한수의 시, 한폭의 그림, 한수의 노래로 피여난다.

  "선생님, 초롱꽃이 피였어요! 봉숭아꽃도 피였다구요! 이 분홍꽃 보세요!"

  개학첫날 나처럼 꽃을 좋아하는 애가 교실 문턱의 화분에서 피여나는 꽃들을 보고 흥분하며 활짝 웃는다.

  "네 얼굴도 꽃이네 무슨 꽃이라 할가? 해바라기 꽃?"

  "예, 맞아요 환한 얼굴이 해바라기꽃 같네요!"

  다른 애들이 덩달아 맞장구를 친다.

  그래 너희들도 꽃이야! 내가 가장 아끼는 꽃이지!

  도도하고 기가 세며 솔직한 희진이는 순결한 사랑의 꽃 백합꽃이다. 빳빳하게 세운 꽃잎은 강인해보이지만 상처가 나기 쉽기에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한다. 비단같은 꽃잎을 가지고 수줍음을 타지만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성격을 가진 은영이는 나팔꽃이다. 수수해보이는 그 애는 과문 읽는 소리도 명랑한 나팔소리가 난다. 몇날 몇일 애태우며 철모르게 발그레한 진분홍꽃을 피운 진달래는 지혜를 닮았다. 화사하고 흐트러져 보여도 엷은 꽃잎이 꽃술을 옴폭 싸고 있는게 탐스럽고 야무지다. 그리고 쩍하면 멍 때리고 먼산을 바라보는 지영이에게는 시계꽃이 되여달라고 하고싶다. 쉬려고 할때마다 자동적으로 밀어주는 분침때문에 시침처럼 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말이다. 방울처럼 큰 눈을 가지고 강인한체 하는 상균이는 군자란이 어울릴것 같다. 한잎한잎 차곡차곡 쌓아올린 잎속에서 오랜 시간만에야 불덩이같은 빠알간 꽃술을 내보이는 듬직함을 몰래 소유하였다. 그런데 팡팡 사고를 치고다니는 춘광이한테 어울리는 꽃이 있을지 너무 고민해난다. 그럼 그렇지! 그앤 드높은 하늘에서 함성을 지르며 피여나는 불꽃이 아닐까! 혼신으로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려는 불꽃이 설치지만 주의를 끌고 싶어하는 그애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꽃이다.

  이렇게 보니 내가 꽃속에서 살고 꽃길을 걷는셈이다. 자연과 어울려 꽃처럼 예쁜 아이들속에서 지쳐가는줄 모르며 함께 노래 부르고 함께 웃으며 함께 글을 쓰던 나날이 정정 이십여년이 되였다.

  꽃같은 나이에 교원직업을 선택해서 다른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고 사소한 고민에 지치기도 하고 삶에 무뎌지기도 하였지만 여기까지 걸어오며 주위에 꽃밭이 펼쳐짐이 보였던것은 아이들의 밝은 얼굴, 천진한 한마디, 사소한 성적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흔들림은 바람의 흔들림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동의 흔들림으로 남게 되였다. 애들의 기쁨에 알록달록한 고무풍선이 마음에서 떠오르고 그들의 성적에 내 머리우엔 무지개 다리가 그려지고 꼬마들의 지저귐소리에 온통 코스모스길이 펼쳐진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겠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나눴던 소중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사진속에 담아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언젠가는 내품을 떠나 하늘을 날아옐거라고 생각하면 벅찬가슴과 더불어 눈시울이 뜨거워난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다." 도종환의 '스승의 기도'가 나의 지침이 되지 않을가 싶다. 아이들과 같이 했던 순간들을 행복했던 날들을 가슴 저리게 느끼련다.

  "선생님, 쪼무레기들을 데리고 어디로 갑니가? "

  "뒤뜰에 사과나무꽃 보러 갑니다."

  꽃처럼 젊은 유치원 선생님이 앞장서고 그뒤로 콩닥콩닥 유치원 어린이들이 따라간다.나도 뒤를 따랐다. 아이들의 순진한 눈망울을 바라보며 걸어 갔다. 종달새가 노래하고 아이들이 들꽃처럼 피여나는 꽃길을 걸어 갔다.

  /리연춘(치치할시조선족학교 )


출처:http://hljxinwen.dbw.cn/system/2018/08/21/001292732.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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