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18-08-20 15:42:04    조회: 742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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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룡강신문=하얼빈)비내리는 바깥 풍경을 느끼고 싶어서 우산을 들고 밖을 나섰다. 토독토독 머리우의 지붕삼은 우산우로 떨어져내리는 비방울소리가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는 그 소리에 응답한다. 가장 예민한 주파수에 맞추어 내 귀와 비방울소리가 하나가 된다. 파장과 공명이 깊게 널리 퍼지며 나의 모든것을 울린다.

  40대중반이 되기까지 쉴새없이 앞만 보고 달린듯 하다. 달림은 계속 된다. 어느 순간에 멈추어 버린 시계바늘인양 그 시각 그 초였던 기억이 또다시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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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담임을 맡았던 그 해였다. 처음으로 맡는 햇내기인지라 반급의 몇몇 학생들이 말썽을 부리고 내 속을 태웠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날도 몇몇 애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고 게임방에 모여 담배 피우고 게임에 묻혀 허송세월을 보냈다. 거듭되는 교육에도 그들은 아랑곳 않고 며칠이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며 내가 게임방에 찾아가서 끌고 온 일도 한두번이 아니였다. 몇번의 교육도 별로 진전이 없자 나도 그들도 이젠 기진맥진 지쳐버렸다. 교실에 들어서면 비여있는 자리가 들쑥날쑥 벌써 어느 애의 자리인지 점칠수 있었다.

  (이 애들을 어찌하면 좋을가?)

  학부모와 련락하여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방법을 강구해도 너무나 떨어진 학업진도때문에 태웅이의 학습성적은 전혀 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중 둘은 부모들이 옆에 있어서 많이 좋아졌었다. 하지만 태웅이는 아버지는 어릴때 이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한국에서 일을 하며 뒤바라지를 해주느라 집에 올 형편이 못되여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를 돌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그가 년로한 어른들의 말을 들을리가 만무했다. 어쩌다 자리에 앉아 있는 날은 하루 종일 엎드려 잠만 자고 있었다. 엎드려 자는 날 그의 존재는 나에게 있어서 그래도 사치였다. 계속 다른 애들을 부추겨 게임방에 가니깐. (후유~~) …그래서 속으로 (이 애들중 하나만 전학 가도 좋으련만…)라는 마음까지 들군 하였다.

  그러던중 한 학생이 기어이 중퇴를 하겠다는것이였다. 태웅이였다. 시골에서 그의 뒤바라지를 해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나를 찾아오셨다.

  "선생님,간절한 부탁인데요. 꼭 우리 애를 학교에 다니게 이끌어주세요…"라며 눈시울을 붉히면서 간곡한 부탁을 하셨다. 나는 그때 그 애를 불러 다시 마음을 고치고 바른 마음으로 다시 학교에 다니면 되지 않겠냐 면서 타일렀다. 하지만 이미 굳은 그의 마음을 되돌릴순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로 그 애가 가방을 싸서 학교문을 나서는 모습을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부모들도 설득할수 없는 고집을 담임이 무슨 더 큰 근덕지로 설득할수 있으랴고 혼자 중얼거리였다. 그애가 가버리고 나니 몇날 며칠 앓던 이가 뿌리채 확 뽑혀져나가는상 싶었다. (아, 이젠 속을 덜 썩여도 되겠구나)는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해가 가고 달이 가고 어느덧 담임을 그만둔지도 거의 10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기였다. 이젠 그때 그 시절 에피소드도 한낱 추억거리가 되였다.

  헌데 문득 한장의 메시지가 날아올줄이야!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저를 기억하실는지요? 저 태웅이예요. 그때 너무 말썽을 부려서 선생님의 속을 까맣게 태웠던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땐 왜 그랬던지 사회에 나와서부터 참회의 마음이 앞섭니다. 제가 어른이 되고 보니 선생님의 마음을 다소 리해하겠더군요. 전 지금 소주에서 10년을 가이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드문드문 학교에서 배워야 할것을 배우지 못한 저의 짧은 가방끈 때문에 막힐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선생님, 그때 저를 좀 더 타이르고 좀 더 잡아주셨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지 않았을가요? 지금에 와서 가장 후회스러운것이 좀 더 배웠더라면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듭니다. 그때마다 자성과 성찰이 감싸고 돌아 저를 옥죄이는 느낌이 듭니다. 선생님, 그때 저 때문에 속이 재가 되였을 선생님의 마음을 모르고 학교까지 기어이 나온 저때문에 선생님은 가슴이 얼마나 아팠을가요? 선생님과 부모님의 타이름을 저버린 제가 잘못입니다…"

  태웅학생의 매 한마디가 내 마음을 아프게 파고 들었다. 그때 좀 더 말렸더라면 좀 더 성근하게 타일렀더라면 좀 더 시간을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그래도 가이드 일을 한다니 마음은 다소 위안이 되였다. 모든것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한 사람의 인생 코너는 무엇에서부터 시작되는지 따뜻한 타이름은 한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좌우할지 이제 와서 모든것이 물 없는 사막마냥 갈마든다.

  촉촉함을 머금은 청춘의 빛갈이 어둠속에서 빛을 잃은 듯 하다. 난 애들이 자퇴하면 그들의 책임인줄 알았지 내가 책임진 한계내에선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생각만 했었다. 이처럼 시커먼 밀물이 밀려올줄이야…

  "선생님, 하지만 저는 뉘우침과 깨달음을 깊게 새기고 앞을 향해 달릴겁니다. 선생님,지켜봐주십시오. 선생님,부디 몸 건강하십시오!"

  고개를 들어 비 그친 밤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겆힌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너도나도 모습을 드러내고 존재를 알리고 있다. 오늘따라 유독 사자별자리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자모양 별자리는 분명 태웅이의 별자리일것이다.

  비록 애착스럽지 못했던 담임의 차실로 끝까지 학업을 견지하지 못했지만 몇년간의 사회경험과 혼자 소리없이 자습을 통해 인생을 배워왔다는 소식에 내 마음이 아련해 온다.

  나 역시 타이름과 믿음을 소홀히 흘려보낸 자신을 어디에다 속죄해야 할지 어둠속의 별들에게 물어본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별들이 더욱 빛을 내며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개성있게, 아름답게 때로는 그 빛이 잠깐 가려져서 밝음이 없다 해도 별은 별이였다.

  내가 지금 믿고 있는 별들은 또다시 어느 곳에서 빛나고 있을가? 나는 그 많은 별무리중 가장 크고 밝게 빛나는 별에서 안식처를 찾는다.

  /전태옥 (상지시조선족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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