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천천히 그리고 깊게 읽자!

작성자: 은혜님    작성일시: 작성일2017-07-03 16:18:05    조회: 514회    댓글: 0

학교에서 독서 교육을 할 때 양에 치중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를 우선해서 시상하는 학교도 많습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1년 동안 읽은 책이 0~30권인 학생과 30~50권인 학생, 50~70권인 학생, 그 이상인 학생으로 구분하여 독서장 제도를 실시합니다. 메달을 수여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자유로운 형식의 독후감으로 담임교사의 확인을 받으면 시상을 합니다. 일단 ‘많이 읽으면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과연 많이 읽으면 좋은 것일까요?

양이 많아지면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양질변환의 법칙’이 있기는 합니다. 같은 책을 100번 읽으면 뜻을 알게 된다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독서 방법은 ‘양이 우선하고 성장이 우선되고 빠름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책을 읽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수준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초등학생들이 읽는 책의 평균 쪽수는 약 150쪽 내외입니다. 번역서는 200쪽을 넘기기도 하지만, 이는 아주 특별한 경우입니다. 120분 정도면 150~180쪽 분량의 책 한 권을 읽게 됩니다. 두 시간 정도의 집중력이 있다면 하루에 읽기 한 권 정도는 가능한 셈이지요. 물론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는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겠죠. 개인 성향이나 체력 혹은 지적인 여건이나 가정환경도 변수가 되긴 합니다. 그만큼의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필자는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으로 ‘자기 학년 수×10~15분’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정도라면 초등학생들에게 무리가 안 되는 정도의 속도라는 것이 경험에서 얻은 결과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정도 기준에는 부담을 크게 갖지 않습니다.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지역사회가 대표 도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독서 캠페인입니다. 우리 같으면 더 많은 책을 읽자고 했을 텐데 단 한 권을 모든 시민이 집중적으로 읽는다고 하니 좀 이상하기도 합니다. 양을 우선하는 가치가 몸에 밴 관점에서 보면 아주 어색한 독서 캠페인입니다. 같은 차원에서 속독법이 유행하는 이유가 이해됩니다.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읽으려는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많이 읽으려는 의도입니다. 속독의 고수는 1분에 1만 글자를 읽는다고 하지요. 놀라운 속도와 양입니다. 내용도 이해한다지요? 수능언어 영역의 글자 수가 대략 4만에서 4만 5천 자 정도라는데, 넉넉잡아도 10분이면 문제 풀이가 끝나는 셈입니다. 가능한 이야기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럼 왜 천천히 느긋하게 깊게 읽으라는 것일까요? 책도 많아지고, 다양해지는 세상이라면 빨리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 아닐까요? 굳이 트렌드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독서도 이제는 ‘천천히 그리고 깊게 읽자!’는 쪽으로 가는 듯합니다. 왜 양에서 질적인 변화로 가려고 할까요? 아니 그렇게 가야 할까요? 이는 독서로 길러야 할 상상력 때문입니다.

빨리 읽으면 지나치는 것이 많습니다. 빨리 읽으면 생각하고 읽지 않게 됩니다. 생각하고 읽지 않으니 의미를 모르고 그저 읽은 것처럼 됩니다. 생각하지 않으니 질문이 생기지 않습니다. 질문이 생기지 않으니 무덤덤해집니다. 책에서 말한 모든 것을 사실로 알고 그대로 믿게 됩니다. 상상력은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읽은 것을 모두 정답으로 알고 있으니 상상할 이유도 필요도 없게 되는 셈이지요. 독서가 종합적인 두뇌 활동을 필요로 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순환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독서를 많이 했어도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남는 것은 그저 ‘나도 저 책을 읽었다!’는 것뿐입니다. 책을 읽고 상상력을 기른다는 것은 다리 없는 강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런 순환 과정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아이의 독서량이 일주일에 두 권 정도라면 일 년에 약 100권 내외가 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읽어야 하는 책의 쪽수가 그리 많이 않아서 저학년인 경우 하루 두 권 정도 혹은 일주일에 서너 권 정도의 읽기는 가능합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4~5학년 정도면 대략 일주일에 한두 권 정도가 적정한 수준인 듯합니다. 그마저도 읽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을 학생들은 ‘학원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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