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색의 남만호(南灣湖)

작성자: 더덜기님    작성일시: 작성일2016-10-31 10:08:47    조회: 415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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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비취빛의 세상-남만호)

나는 붉은 돛, 생태사진콩클 조직위원회가 준 붉은색 러닝샤쯔을 입었기 때문이다. 저 멀리서 본다면 이 러닝샤쯔는 너무너무 붉어 보일것이다. 나처럼 이런 붉은 돛이 유람선에 십여개나 있다. 하여 흰 유람선 갑판에서 이 십여개의 붉은 돛은 더는 붉은 돛이 아니라 향기를 풍기는 꽃술이고 흰 유람선은 유백색의 꽃잎이다.

유람선 아래는 푸름, 푸른 물은 늘 바다에서만 볼수 있지만 이 때 우리는 바다가 아니라 남만호(南灣湖, Nanwanhu)에 있다. 우리는 남만호에서 남만호의 맑음과 깊음, 드넓음을 본다. 깊고 맑은 물만이 방자한 푸름을 가져 구애됨이 없는 푸른 물은 끝간데 없이 펼쳐져 출렁인다. 물과 하늘이 잇닿은 저 먼 곳은 검푸른 색이고 모양은 둥근 지네이다. 지네로 하늘과 물의 분계선을 형용한다는것은 어딘가 뱀에 다리를 그리는듯 소용없는 짓이지만 푸름은 너무도 물에만 정을 주는것 같다. 너무 물에만 몰두해서 푸름을 조금이나마 해빛 찬란한 하늘에 주지 않아 하늘은 하는수 없이 창백하기만 하니 말이다.

푸른 남만호에 비취색의 구슬이 아주 많다. 그것은 섬이다. 섬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에서 물을 희롱하는 비취색을 보게 된다. 비취색은 너무 가냘프고 어여쁜 소녀의 색상으로 맑디맑다. 물은 비취색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그 비취를 품으로만 끌어당겨 물의 가슴깊이에 비취말고는 다른 색상이란 없지만 그래도 물은 더 가지고 싶어 발길에 진주와 같은 비취색의 물보라를 만들며 청순한 자신을 보여준다.

남만호는 하남(河南, Henan) 신양(信陽, Xinyang)에 있는 중원(中原, Zhongyuan)의 제일호수이다. 이 호수에서는 질 좋은 남만어와 신양차가 나는 외 바로 이 비취색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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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푸른 남만호)

남만호의 섬은 겉으로 보기에 흙섬이다. 비록 돌섬이라고는 하지만 최소 비옥하고 두터운 땅을 가진 돌섬이어서 수풀이 무성하고 보이는것은 나무뿐이다. 이런 섬에서 꽃 피는 3월에 비취색을 보지 않고 무엇을 보랴? 비취색은 1년중 자연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가장 생기있고 가장 선명한 색상이다. 겨울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모두 온 눈에 가득 보이는 비취색에 저도 모르게 즐거워질 것이다. 비취색은 유람객 마음의 옷을 짜고 비취색의 그 마음의 옷은 밝은 달같고 아침이슬같고 아침노을같고 마음의 백사장은 순결하고 깨끗해 일찍 야수의 흔적이 있었다 할지라도 비취색에 의해 보이지 않는다.  

비취색은 조용히 보는것이다. 비취색은 눈으로만 읽을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남만호의 비취색은 다르다. 눈으로 보는 외 귀로 들을수도 있다. 우리가 꽃피는 3월 남만호에서 무엇을 들었는지 아는가? 매미의 울음소리이다! 매미는 무더운 여름에만 있는 선률이요 교향악이다. 매미들은 복일(伏日)복일하면서 여기저기서 높고 낮은 소리로 습기찬 무더운 날씨를 말하고 대추꽃의 향기를 말한다. 하지만 꽃피는 3월에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믿어지지도 않았다. 그것은 너무도 앞서, 최소 2개월을 앞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봄의 비취색속에서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더욱 그러하였다. 나는 발길을 멈추고 비취색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보이는것은 가늘고 높게 자란 나무와 푸르고 연한 나무잎뿐인데 그 속에서 들려오는 매미의 노래소리는 더운 김을 뿜는 태양을 연상케 한다. 머리 들어 바라보니 점심이 금방 지났는지라 태양은 공중에 걸려 있고 비취색속에서 조금은 더운감을 느낄수 있으나 무더위는 전혀 아니었다. 신양은 정말로 신비로웠다.
매미소리가 가장 높았고 새의 지저귐소리도 그 속에서 가끔 들려왔다. 짧고 급하게 혹은 유유하고 길게, 맑고 우렁차게 혹은 은은하고 부드럽게…들려오는 소리들에 누가 우짖는지 보이지 않아 비취색의 깊은 곳에서 비취색이 소리내며 아름답게 재잘거리는듯 하다.

신양은 생태의 도시이고 시 중심에서 5킬로미터 거리인 남만호는 더우기 생태관광구이다. 대성도(大聖島, Dasengdao)와 조도를 보고나면 더 깊은 체험을 가지게 된다. 대성도는 바로28무밖에 안되는 원숭이섬인데 부두에 노란색의 체전대성기(齊天大聖旗)가 걸려있다. 원숭이들은 태항산에서 모셔왔는데 "제천대성"은 동작이 굼떠서 대성의 보좌관이 원숭이섬의 모든 업무를 보았다. 대성의 보좌관은 행동이 민첩하고 사유가 빨라 관광객의 손에서 물 한병을 받아들고는 마개를 따지 않고 병밑굽에 구멍을 내고는 머리를 쳐들고 물을 마신다. 대성도의 원숭이들은 예절스러운 구걸족이다. 그들은 산길에 앉아 손님과 얼굴을 맞대고 눈을 굴리며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혹은 애완동물마냥 손님을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당신이 핸드백을 열면 호기심이 발동해 원숭이도 발을 디밀고 이리저리 뒤척인다. 그래서 당신이 놀라서 소리 지르면 원숭이는 금방 발을 거두어 들이고는 경멸하는 눈길로 당신을 쳐다보면서 입으로는 무어라고 중얼거린다. 마치 "좀스럽기로는! 잠간 보는데 뭘 그래?"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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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남만호의 아늑함)

비취색의 계절에 조도(鳥島)는 백로의 낙원이다. 나는 그렇게 많은 백로를 본적 없다. 백로들은 물가에, 수풀의 푸름위에 구름처럼 눈처럼 모여 짙은 비취색에 하얀 겨울의 색상을 입혀준다. 백로의 나는 모습을 보려면 가까이에 가서 소리지르면 된다. 웨침속에서 비취색의 새부리가 떨면서 흰 눈들이 하늘로 날아올라가 무수한 큰 눈꽃을 만들며 구불구불한 눈의 용을 만든다. 흰눈의 용은 공중에서 한 두어 고패 돌고는 다시 무수한 눈꽃으로 되어 비취색의 가지위에 내려앉아 비취색의 새부리는 또 한번 몸을 떨며 떠들썩한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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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백로의 고향 남만호)

백로는 고상한 새이고 자유의 새, 압력에 의하여 고향을 선택하지 않는다. 남만호는 백로의 극락이다.  

어느새 황혼이 깃들어 나는 조도의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는 드넓은 남만호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것은 층층의 비취색 파도뿐이고 겹겹의 비취색 산봉뿐이다. 세계는 비취의 세계로 되어 깊은 비취색의 바다속에서 새의 노래소리, 비취색의 교향악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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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공중에서 본 남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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