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유격대대원 - 박봉동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16-05-18 10:15:46    조회: 372회    댓글: 0

1939년 겨울, 연길현(오늘의 룡정시) 사방대밀영에서 한달 남짓이 보낸 항일련군 제1로군 제3방면군 제13퇀은 식량이 떨어졌다. 음력설을 앞두고 제13퇀은 소명월구의 한 집단부락에 식량구입을 나갔다. 식량을 해결받은 부대는 부락에서 멀리 떨어진 밀림지대에 들어가 밤을 지냈다.

“땅, 땅, 땅…”
별안간 요란한 총소리가 새벽녘의 고요을 깨뜨렸다. 잠에서 소스라쳐 깨여난 전사들이 급급히 밀림속으로 퇴각하자 적 비행기 두대가 날아와 폭탄을 마구 떨어뜨렸다. 폭탄은 면바로 우리 전사들의 가까이에서 터지면서 일부 사상자를 냈다. 나어린 꼬마전사 박봉동이도 날아오는 폭탄파편에 다리를 맞아 부상당했다.
이윽고 몇백명이나 되는 토벌대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우리 전사들은 련속 적들한테 명중탄을 퍼부었다. 하지만 토벌대놈들은 우세한 병력을 믿고 기를 쓰고 달려들었다. 싸움은 갈수록 치렬해졌다. 부대는 식량운수대를 엄호하면서 후퇴하는수밖에 없었다. 토벌대놈들은 날이 저물어서야 진공을 멈추었다. 
부상당한 다리를 끌고 적들과 싸우다 까무러쳤던 봉동이가 정신을 차렸을때에는 총소리도 멎고 여기저기에서 초연이 모락모락 피여오르고있었다.
“아저씨들은 다 어데로 갔을가?”
봉동이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봉동이는 난생처음 심한 고독감을 느끼였다. 전투가 시작될 때 퇀장은 식량운수대를 따라 먼저 후퇴하라고 명령했지만 왜놈들에게 복수의 탄알을 안기고싶은 강렬한 욕망이 그를 싸움터에 머물게 하였던것이다. 이 전투에서 봉동이는 퇀장이 준 싸창으로 토벌대놈들과 멋지게 싸우긴 하였으나 나중에는 자기도 부상당하고 부대를 떨어지고말았다.
봉동이가 어디 태생인지는 지금까지 딱히 알수 없으나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유격대원인것만은 틀림없었다. 봉동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린 봉동이를 업고 유격대생활을 하기가 어려워 마음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다섯살난 봉동이를 왕청현 라자구의 한 한족할아버지한테 맡겼다.
봉동이가 열한살나던 해였다. 마침 항일부대가 마을에 머물게 되였다. 어린 봉동이는 부대책임자를 찾아가 입대하겠다고 졸라댔다. 책임자는 부대생활이 간고하기에 몇 년 더 기다리라고 달랬지만 봉동이는 두발을 동동 구르며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저를 꼭 받아주세요. 저의 아버지, 어머니도 유격대원이예요. 전 꼭 잘 싸울수 있어요.”
마침내 봉동이는 입대하여 항일련군 제2군 제4사 사부근무병으로 되였다. 1939년에 제4사와 제5사가 항일련군 제1로군 제3방면군으로 개편된후 봉동이는 한때 제3방면군 지휘원이였던 진한장동지의 근무병으로 활약하였다. 그해 여름 제3방면군은 안도 경내에서 대사하전투를 벌렸다. 대사하전투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후퇴할 때 부대는 명월구쪽에서 달려온 적 후원병의 습격을 받았다. 부대뒤에 떨어졌던 봉동이는 불시에 달려드는 적병에게 한쪽 어깨를 잡혔다. 그러나 봉동이는 그처럼 위급한 찰나에도 조금도 당황함이 없이 허리의 싸창을 뽑아내여 적병을 쏘아눕히고 달아났다. 그해 봉동이는 겨우 열두살이였다.
부대에서 떨어진 봉동이의 가슴은 바작바작 죄여들었다.
(부대아저씨들이 얼마나 안타까이 나를 찾고있을가? 죽는 한이 있어도 꼭 대오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가? 가는 도중에 적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가? 혹시 적들한테 붙잡히면? 그때에는 이 싸창으로 자결할테야!)
생각에 골몰하던 봉동이는 팔다리를 놀려보았다. 부상당한 한쪽 다리가 묵직한 돌을 처맨듯 음직일수 없었다. 봉동이는 적들의 시선이 미치지 못한 언덕밑으로 힘겨웁게 기여갔다. 상처가 쑤시는듯 아파나고 온몸은 기승부리는 맵짠 바람에 동태처럼 얼어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당금이라도 죽을것만 같았다.
초조한 가운데 시간은 한초한초 흘러갔다. 이때 가까이에서 인기척소리가 들려왔다. 봉동이가 숨을 죽이고 내다보니 웬 사람들이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고 있었다. 그중에서 중년쯤 돼보이는 텁석부리가 곧추 자기한테로 달려오고있었다. 텁석부리가 가까이에 오자 봉동이는 상반신을 일으키며 싸창을 꺼내들었다.
“꼼짝말고 손들엇!”
텁석부리는 와뜰 놀라 엉겁결에 손을 들었다.
“살고싶으면 당장 날 업고 걸으시오.”
“업고야 못가겠소마는 이렇게 총까지 빼들거야 있소? 나는 토벌대놈들한테 붙잡혀 죽도록 고생하다가 이렇게 도망쳐오는 길이라오. 에이참, 이놈의 세상이 언제 가야 편안해질는지?”
봉동이의 가슴은 금시 짜릿해났다. 보매 순박한 한족농민 같았다. 봉동이는 동정이 갔지만 초면인 그한테 내속을 다 내비칠수 없어 그저 계속 업고가라고 명령하였다. 봉동이는 싸창을 든채 텁석부리의 등에 업혀 초신이나 헝겊신 발자국을 따라 걷게 하였다. 텁석부리는 가타부타 말이 없이 내처 10여리를 업고 가면서 봉동이가 추워한다고 자기의 덧저고리까지 벗어 씌워주었다. 육친다운 정이 다분이 넘치는 텁석부리의 행동에 봉동이는 무척 감동되였다. 두 사람은 어느새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받았다. 봉동이는 이번에 부상당하고 부대를 떨어진 일이며 어려서 부모의 품을 떠났다가 혁명대오에 참가한 일이며를 숨김없이 터놓았다.
“참 대단하구나. 나어린 네가 벌써 혁명을 위해 피까지 흘리는데 난 이 나이 되도록…”
텁석부리는 감탄도 하고 한탄도 하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토벌대놈들의 짐을 져다주지 않은것만 해도 왜놈을 반대하여나선것이잖아요? 우리가 잘살려면 항일부대와 힘을 합쳐 왜놈들과 싸워야 해요. 이제라도 늦지 않아요. 얼마든지 싸울수 있어요.”
“글쎄…”
“왜놈들이 망할 날이 멀지 않아요. 우리가 힘을 합쳐 싸우면 싸울수록 그날이 더 가까와올거예요.”
봉동이는 부대에서 선전고동사업을 하던 그때의 솜씨를 드대로 피웠다. 텁석부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였다.
얼마나 걸었을가? 갑자기 그들앞에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누구야? 섯!”
봉동이는 얼른 싸창을 겨누며 되알지게 웨쳤다.
“혹시 봉동이가 아니냐?”
뜻밖에도 박춘일아저씨였다.
“아저씨…!”
봉동이는 박춘일아저씨의 품에 와락 안겼다. 반가움과 기쁨에 젖은 눈물이 두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박춘일아저씨도 봉동이를 꼭 껴안고 기쁨을 금치 못했다.
“인젠 제법 용감한 전사로 자랐구나. 길에서 고생이 많았지?”
“아니요. 저분을 만나서 고생은 안했어요.”
그제야 박춘일아저씨는 텁석부리한테 주의를 돌렸다. 땀벌창이 된 얼굴에 거센 숨을 몰아쉬는품이 기진맥진한 것 같았다.
세 사람이 길을 다그쳐 몇리길을 더 가니 저 앞산기슭에 불무지가 보이였다. 거기에는 퇀의 지휘원과 전사들이 있었다.
“동무들, 봉동이가 왔소!”
박춘일아저씨가 소리치자 부대전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잃었던 동생을 되찾은 그런 기쁨과 반가움이였다. 봉동이는 이 품에서 저 품에 안기였다.
“용하다. 죽지 않고 끝내 살아왔구나.”
퇀부 지휘원은 이렇게 말하며 눈금을 적시였다. 
봉동이는 인차 밀영으로 호송되였다. 허나 급격히 악화되는 상처로 하여 며칠후에 끝내 희생되였다. 그해 봉동이은 겨우 13살이였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품을 떠나 항일련군에 참가한 나어린 유격대대원 박봉동은 겨우 13개의 년륜을 새기고 항일의 승리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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